03.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부족한 자기애가 우리를 정서적 협박에 휘둘리게 한다.

이 챕터에서는 정서적 협박(또는 감정적 억압)에 대한 얘기를 한다.

정서적 협박이란 협박자가 자신의 가까운 사람들, 혹은 중요한사람들에게
무리하고 불합리한 요구와 위협, 압박, 침묵등을 통해
좌절감과 죄책감, 두려움, 부끄러움등을 안기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너가 뭘 하지 않으면 나는 죽어버릴거야",
"엄마가 돈 안주면 집 나가버릴거야!"
라는 식의 협박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협박이 먹히는 이유는,
협박을 당하는 사람이 협박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 가족, 선생님, 친구, 연인 등을 휘두르는 것이다.

---

사실 나는 이 정서적 협박에 어느정도 면역이 있다.

왜냐하면 어렸을때부터 어머니에게 시달렸기 때문이다.
우리집에서 논리는 거의 이런 식이었다.
"싫어? 그럼 나가던가"
"싫어? 그럼 용돈받지 말던가"
"싫어? 그럼 굶던가"

어린 나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왜 자식인 나에게 이러는 것일까? 자식이면 맘대로 다뤄도 되는 것일까?'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관계란 무엇인가?',
'무엇이 관계를 유지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하며 고민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싫어서 나가면 되고,
싫어서 용돈 안 받고 말면 되고,
싫어서 굶지는 않고 나가서 밥 먹으면 되었다.

그렇게 협박할 수단이 없어지자 어머니는 집에서 존재감이 없어졌다
(나뿐만 아니라 누나한테도 비슷했다)
성인이 되면서 혼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자,
더이상 어떠한 협박도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관계던, 나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파악하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관계를 정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교사의 조기교육이랄까.

---

어렸을 때 고민한 '관계는 무엇으로 유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성인이 되어서 답을 냈다.
내가 낸 답은 '관계는 애정으로 유지한다'였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나를 길러주고 낳아주신 부모님?
연락 끊고 내가 버는 돈 부양에 쓰지 않고 내가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돈 관리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을 찾아가 선물을 드리고,
용돈을 드리거나 찾아뵙는 이유는,
상대와의 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은 서로를 향한 애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이런 정서적 협박에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우선 정서적협박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정서적 협박은 그 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상대가 이 관계의 결렬을 무기로 우리를 협박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박은 기본적으로 이성적인 논리가 아닌 정에 의한 방식이다.
쓰레기같은 애인을 만나는 친구의 상담을 듣다보면
"근데 왜 사귀는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정서적 협박을 당하고 있다면, 
정을 중시하는 나의 관성적인 사고방식을 점검하고,
나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한다.

그 다음 협박자를 대할때는 '정서적 경계'를 정해야 한다.
'내가 널 사랑하지만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을 해야한다.
그리고 이런 선을 지키며 협박이 먹히지 않게 되면,
상대의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여도 우리의 원칙과 경계를 지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정의를 점검해야한다.
사랑한다면 집착해도 되는걸까?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뜯어 고치려고 하는걸까?
사랑하니까 상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도 될까?

너나 나나 우리 모두 그냥 한 인간이다.
각자의 인생을 살고있는 하나의 객체이기 때문에,
각자의 인생에 서로 도움을 주는, 이 삶을 꾸며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서로의 삶이 빛나게 된다고 난 생각한다.

---

최근에는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사실 굉장히 오남용이 심한 용어긴 하지만,
상대방을 혼란시키고 현혹한다는 점에서 이 주제와 어느정도 연결점이 있는 것 같다.

항상 정신을 똑띠 차리고
맞는 말인지 아닌지, 왜 맞는지, 왜 틀린지, 아니면 그냥 의견인지에 대해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176733

성숙한 어른이 갖춰야 할 좋은 심리 습관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