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1. 09:49ㆍ일상다반사
최근에 고민이 많다.
인생에 하고 싶은게 없다. 욕망이 없다.
그런데 원래부터 욕망이 없었을까?
그렇진 않았다. 다른 사람보다 덤덤한 성격이긴 했어도 원하는건 있었다.
오늘은 그 원인에 대해 탐구해봐야겠다.
학습된 실패
심리학 용어에는 '학습'이라는 단어가 있다. 정의로는
'경험이나 연습의 결과로 비교적 영속적인 정신 또는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
이라고 하는데, 나는 반복된 경험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보자. 한 남자가 태어날 때부터 누나와 엄마, 주변 여자들로부터
제어당하거나 폭행을 당했다면, 이 사람은 여성을 두려워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의 경험이 그의 인식을 결정한 것이다.
반대로 도전해서 성공을 반복한 사람은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공에 비해 작은 실패가 있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본인이 결국에 성공할 것이란 인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실패가 꽤 많았다.
예를 들어 연애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실패한게 아닌가 싶다.
참고로 소개팅은 17번 모두 실패했다.
짝사랑도 모두 실패했다.
연애 두번은 3주만에 헤어졌다.
그 이후에 이성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졌다.
이미 나에게는 '해도 안 되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긴 시간의 성공 없는 실패는
연애 자체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게 했다.
나도 안다.
'해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는게.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다.
사람일이 다 그렇지
하지만 내 마음속의 심리적 장벽이 너무 크다.
로또를 안 사는 사람의 마음과도 같다.
될수도 있지. 근데 굳이...?
로또 5천원을 사느니 편의점에서 커피 2+1 사서 먹는.
확정적이고 수동적이며 리스크를 지지 않는,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단순히 연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이 있었다.)
수동적이고 안전주의적인 환경
가정 환경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아버지는 굉장히 수동적이다.
투자를 하거나 리스크가 있는 행동을 절대 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원하는 것 또한 별로 없으신 분이다.
그 원하는 것도 자전거 타기같은 거라...
어머니는 걱정이 많다.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일도 경계한다.
누나는 그나마 가족중에서 가장 진취적이다.
그렇지만 리스크를 지지는 않는다.
항상 계획을 세워서 철저하게, 순차적으로 임한다.
특히 우리집은 운도 안 좋아서 확률적인 무언가가 잘 된 적이 없다.
그래서 '불로소득으로 뭐 할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실제로 한다.
스스로 이런 환경에 대해 자각하기 전에는
안정적이고 무난한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런 안정적인 삶은
리스크 있는 행동에 대한 관심을 꺼버리게 했다.
물론 리스크 있는 행동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덕분에 이렇게 안 다치고 별 일 없이 취업도 했으니까.
하지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이 아쉬움이 무엇인지는 더 고민해봐야겠다.
보상받지 못한 일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텐데 이런 일들이 있었다.
22살때 취업 준비를 하다가 동아리에서 게임을 만들게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8개월동안 뼈빠지게 개발을 했다.
돈도 없어서 밥도 굶고, 버스비 아끼겠다고 한시간 반 거리를 걸어서 왕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사업은 망했고,
나는 8개월간에 대한 어떠한 수입도 얻을 수 없었다.
계약도 애매해서 노동청까지 갔지만 소송하라는 답변이었다.
23~25살때는 게임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입사 1달차에 시니어가 갑자기 휴직을 하는 바람에,
인수인계도 없이 갑자기 웹 개발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업무가 늘어나더니 24살때는 게임을 통째로 맡았다.
과장이 아니라 팀에 개발자가 나 혼자였다.
하지만 내 월급은 200만원이었다.
회사에서 자거나 찜질방에서 자고, 노트북 들고 집에 와서 주말에 밤새 일을 해도
그에 대해 돌아오는건 없었다.
그래서일까? 다시 대학교로 복학했을 때 나는 번아웃 상태였다.
더이상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아졌다.콩스튜디오 씹새끼들.
결과주의적인 마인드
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 과정을 즐기면 되는거 아니냐?
그게 됐으면 세상 사람들이 다 부처가 되었겠지...
과정이 즐겁지가 않다.
모르겠다 패스
성취에 대한 불안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그때그때 하고싶은 것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무언가 오랫동안 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그냥 단순 시간낭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이 즐겁더라도 남는게 없었다.
사실 남는게 없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 시간에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불안감이 있다.
왜냐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 그때 그거 할걸'
이라며 후회할 생각이 먼저 들어서인것 같다.
그냥 미래가 불안한 것 같다.
안그래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보니
내가 너무 부족해보인다.
결론
내가 원하는게 뭘까?
내가 왜 더이상 원하지 않는걸까?
나는 어떤 것들을 원하고 살았나?
이런 질문들을 던질때마다 마음이 힘들어진다.
때로는 '고민을 하는게 좋은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무지성으로 살고 싶다.
그냥 마약같은 거에 전재산 탕진하고 죽으면
즐겁게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과거로부터의 무력감,
그 둘이 옥죄는 현실.
진짜 미래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해볼까 생각도 한다.
어차피 65살 이후로 살 생각도 없는데
그래, 그러자.
그냥 하고 싶은거 있으면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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